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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_글쓰다]

#45. 사진, 페르소나, 내어보임

브렌쏭 2017. 7. 9. 23:32

오늘 한옥마을 사진들 찍으면서, 사진의 업이란 것이 얼마나 잔혹한지 깨달았다.

이것은 난잡하고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서서, 그 안에서 하나의 네모난 세상을 마치 아름다운 것인 양 잘라내는 일이다.

예쁜 것만을 담고 어딘가에 올려 공유하는 것 자체가 심한 가식 덩어리일 뿐이다.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그곳에 나도 가서 사진을 찍을 때 늘 느낀다.
보이지 않는 곳에는 사실 보고싶지 않은 추악한 일면이 늘 존재한다.

바로 1초 전에 가식이라고 폄하했는데, 생각해보면 이것 또한 자신의 페르소나를 내어보이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허접한 나는 늘 괜찮아보이는 사진에 얽매이지만, 오히려 괜찮지 않은 무언가를 담는 사람도 있을테니. 보기 힘겨운 것을 더더욱 보기 힘들도록 담아내는 사람이 그럴테지. 심히 담대하도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담는 능력은 솔직히 별거 없다. 예쁜 것을 예쁘게 담는건 까다롭지만 즐겁다. 그런데 추한 것의 추함을 그대로 담는 건 힘이 들고 어려운, 괴로운 작업이니까.

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고, 난 그런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되고 싶은 생각도 아직 없다.

여기까지 쓰고나니 잔혹한 것은 사진의 업이 아닌, 자신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모든 업이 그러한 것임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우러러보여지고프다. 괴이쩍은 말이지만 간단히 말해 존경받고 싶다는 거로 이어질 수 도 있겠다.

다들 그렇지 않나? 하기엔 내가 타인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으므로, 그냥 나 혼자 그런것에 신경쓴다고 해두는게 좋겠다. 딱히 집착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

다시 돌아와서, 내어보임이란 게 최근에는 신념과 믿음같은 설명이 아닌, 경쟁이란 설명이 붙는게 아쉽다.
자신을 자신 자체의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내보이는게 아니라, 옆에 있는 누군가보다 나음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이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니, 뭐라 할 말도 없고. 안그러려고 하...지도 않는 거 같네. 지금 알았군.


1. 오랜만에 똥글을 썼다. 여기서 내 글을 똥글이라 표현하는 것은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스스로에 대한 겸손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이시면 되겠다. 인간 다 결국 지 잘난 맛에 사는거 아니겠는가.

2. 여기까지 읽은 -혹은 읽어버린- 사람, 대단히 존경하고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괜히 있어보이게 글을 시작해서 말야.

3. 결국 한옥마을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난잡해서 카메라 프레임 잡기 참 거지같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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